
합주 팀에서 다음 곡으로 연정의 '머피의 법칙 (Rock ver.)'을 골랐습니다. 저는 이 곡에서 세컨 기타, 그러니까 멜로디 파트를 맡게 됐는데요. 퍼스트 기타가 원곡의 기타 파트(연정이 직접 치는 부분)를 가져가고, 저는 보컬 라인과 훅 멜로디를 기타로 노래하는 역할입니다. 코드 백킹이야 대충 크런치 하나로도 버티지만, 멜로디는 톤이 곧 노래라서 오히려 더 공을 들여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글은 쿼드코텍스(Quad Cortex)로 만든 세컨기타 멜로디 톤 프리셋을 블록별 세팅값까지 전부 정리해 봤습니다.
※ 이 글에 나오는 앰프·이펙터 이름은 전부 뉴럴DSP 공식 디바이스 리스트에 있는 명칭 그대로 적었습니다. 기기에서 검색하면 바로 나와요.
곡 이야기 - 왜 이 곡의 멜로디 톤이 까다로운가
먼저 곡 얘기를 잠깐 하면, '머피의 법칙'은 연정이 2022년 제33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자작곡입니다. 원래는 어쿠스틱 기타 중심의 포크 스타일이었는데, 첫 EP '사랑을 사람으로 그린다면'에 록 밴드 편곡의 Rock ver.로 다시 실렸어요. 연정 본인이 기타 전공 출신이라 그런지 록 버전은 기타가 확실히 주인공인 곡입니다. 잔잔하게 시작해서 점점 차오르다가 후반에 시원하게 터지는, 레트로 감성의 밴드 사운드예요.
이 구조 때문에 멜로디 파트가 까다롭습니다. 벌스에서는 보컬 사이사이 여백을 채우는 담백한 클린 라인, 후렴에서는 라인이 굵어지면서 크런치, 후반 솔로와 클라이맥스에서는 밴드 전체 위로 올라타는 리드까지. 한 곡 안에서 세 가지 얼굴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프리셋을 처음부터 씬(Scene) 3개 구조로 설계했어요.
톤 설계 원칙 세 가지
블록을 고르기 전에 방향부터 정리했습니다.
첫째, 멜로디는 보컬의 대역이다. 게인으로 두께를 만드는 게 아니라 미드의 존재감과 서스테인으로 노래해야 합니다. 게인은 필요한 만큼만.
둘째, 퍼스트 기타와 겹치지 않아야 한다. 저희 팀 퍼스트는 Vox 계열인 UK C30 TopBoost 기반의 재글재글한 브리티시 톤을 씁니다. 세컨까지 같은 계열로 가면 밴드 사운드가 한 덩어리로 뭉개져요. 그래서 저는 반대편, 미국 블랙페이스 계열로 갔습니다. 두 기타의 캐릭터가 다르면 믹스에서 알아서 자리를 나눠 갖더라고요.
셋째, 곡의 빌드업을 씬으로 옮긴다. 벌스-후렴-클라이맥스, 딱 세 단계. 페달 밟는 순서 고민할 필요 없이 씬 하나로 전환되게.
전체 시그널 체인
완성된 체인은 이렇습니다. 순서대로 그리드에 올리면 돼요.
순서카테고리디바이스 이름모델링 원본
| 1 | Compressor | Jewel | Diamond Compressor |
| 2 | Guitar overdrive | Vemural Ray | Vemuram Jan Ray |
| 3 | Guitar overdrive | Myth Drive | Klon Centaur |
| 4 | Guitar amps | US DLX 64 Vintage | Fender Deluxe Reverb '64 Vintage |
| 5 | Guitar cabinets | 112 US DLX SC64 | Fender Deluxe 1x12 + Eminence GA-SC64 |
| 6 | EQ | Parametric-3 | 3밴드 파라메트릭 EQ |
| 7 | Modulation | Chief CE2W | BOSS CE-2W |
| 8 | Delay | Tape Delay | 테이프 에코 스타일 |
| 9 | Reverb | Plate Lush | 플레이트 리버브 (Lush) |

노이즈 게이트가 없는 게 의아하실 수 있는데, 이 프리셋은 게인이 전체적으로 낮아서 굳이 안 넣었습니다. 험이 있는 환경이거나 싱글코일 노이즈가 거슬리면 체인 맨 앞에 Adaptive Gate 하나 추가하면 됩니다.
블록별 세팅값
아래 수치는 제 기타 기준으로 잡은 출발점입니다. 픽업 출력에 따라 체감이 꽤 달라지니 뒤에 적어둔 조정 팁을 참고해 주세요.
1. Jewel - 멜로디의 알갱이를 고르게
다이아몬드 컴프레서를 모델링한 컴프입니다. 단음 멜로디는 피킹 편차가 그대로 드러나서 컴프가 사실상 필수인데, Jewel은 눌러주는 느낌 없이 알갱이만 고르게 만들어주고 특유의 틸트 EQ로 살짝 반짝임까지 얹어줍니다. 항상 켜두는 블록이에요.
- Compression: 10시 방향 (과하면 어택이 죽습니다)
- EQ: 12시에서 아주 살짝 밝은 쪽으로
- Volume: 켰다 껐다 해도 음량이 같도록 유니티로

2. Vemural Ray - 후렴의 크런치 담당
Vemuram Jan Ray를 모델링한 오버드라이브입니다. 펜더 계열 앰프의 스윗스팟을 페달로 옮겨놨다는 얘기로 유명한 물건인데, 실제로 물려보면 앰프 캐릭터를 안 건드리면서 딱 기분 좋은 만큼만 갈라집니다. 미드를 억지로 밀어붙이는 튜브스크리머 계열과는 결이 달라서, 멜로디의 원래 목소리를 유지한 채 힘만 실어주는 느낌이에요. 후렴 씬부터 켭니다.
- Gain: 9~10시 (여기가 핵심, 더 올리면 백킹 톤이 됩니다)
- Volume: 1~2시
- Bass: 12시
- Treble: 12~1시

3. Myth Drive - 클라이맥스에서 밴드 위로
클론 켄타우로스 모델링입니다. 게인을 거의 잠그고 아웃풋만 올려서 부스터로 씁니다. 이 페달 특유의 미드 부스트가 걸리면 멜로디가 밴드 사운드 위로 한 층 올라와요. 후반 솔로와 클라이맥스 씬에서 Vemural Ray 위에 스택으로 얹습니다.
- Gain: 8~9시 (부스터 용도라 최소한으로)
- Treble: 12~1시
- Output: 2~3시

4. US DLX 64 Vintage - 이 톤의 심장
펜더 딜럭스 리버브 '64 빈티지 모델링입니다. 퍼스트의 UK C30 TopBoost가 상중역이 재글거리는 톤이라면, 이쪽은 맑고 둥근 블랙페이스 클린이라 두 기타가 자연스럽게 분리됩니다. 그리고 멜로디 톤으로 딜럭스 리버브를 고른 진짜 이유는 반응성이에요. 게인을 살짝 갈라지기 직전에 걸어두면 피킹 세기와 기타 볼륨만으로 클린과 크런치를 오갈 수 있어서, 멜로디의 강약이 그대로 톤에 실립니다.
- Gain: 5.5~6 (세게 피킹할 때만 살짝 갈라지는 지점을 찾으세요)
- Bass: 3.5~4 (1x12 콤보 특성상 저역은 덜어내는 게 깔끔합니다)
- Treble: 5.5~6
- Master: 모니터 환경에 맞춰서
실제 딜럭스 리버브처럼 컨트롤이 단출한 앰프라, 미드 성형은 뒤쪽 EQ 블록에서 처리합니다.

5. 112 US DLX SC64 - 보컬 같은 미드의 캐비닛
캐비닛은 앰프와 짝인 112 US DLX SC64로 갔습니다. GA-SC64 스피커가 미드가 노래하듯 나오는 성향이라 멜로디 파트에 잘 맞아요. 마이크는 정중앙보다 살짝 바깥으로(오프액시스), 거리도 조금 띄워서 어택의 까끌함을 다듬었습니다. 밴드에서 좀 더 단단한 헤드룸이 필요하면 112 US DLX Black C12K 00s로 바꿔보세요. 같은 딜럭스 계열인데 좀 더 힘 있는 소리가 납니다.

6. Parametric-3 - 퍼스트와 자리 나누기
EQ는 세 군데만 만집니다. 목적은 하나, 퍼스트 기타와 주파수 포켓을 나누는 것.
- Low: 100Hz 부근 -2dB (베이스 영역 정리)
- Mid: 1.2kHz 부근 +1.5dB (멜로디의 존재감이 사는 대역)
- High: 8kHz 부근 +1dB (공기감, 이건 취향입니다)
퍼스트의 Vox 계열이 2~4kHz 재글 영역을 가져가니까, 저는 그 아래 1.2kHz 쪽에 자리를 잡는 그림이에요. 합주에서 서로 안 밟히는 게 여기서 갈립니다.

7. Chief CE2W - 벌스 클린에만 살짝
BOSS CE-2W 모델링 코러스입니다. 벌스의 클린 멜로디에만 은은하게 걸어서 레트로한 물기를 더합니다. 티 나게 걸면 촌스러워지는 구간이라, 껐을 때 뭔가 허전한 정도가 딱 좋아요. 후렴부터는 끕니다.
- Rate: 9~10시
- Depth: 10~11시

8. Tape Delay - 레트로 감성은 여기서
딜레이는 Tape Delay를 골랐습니다. 디지털 딜레이의 또렷한 반복보다, 테이프 특유의 살짝 눅눅하고 어두운 반복이 이 곡의 레트로 무드와 어울려요. 반복음이 원음보다 톤이 죽어 있어서 멜로디를 안 가리는 것도 장점입니다.
- Time: BPM 싱크 켜고 4분음표 (합주 시작 전에 탭템포로 곡 템포 찍어두세요)
- Feedback: 30% 안팎 (두세 번 반복)
- Mix: 15~18%, 클라이맥스 씬에서는 22~25%까지
- Wow/Flutter 계열 노브가 보이면 살짝만 올려서 테이프 워블 추가

9. Plate Lush - 현악과 섞일 공간
마지막은 Plate Lush. 이 곡 후반에 사운드가 확 넓어지는데, 그때 멜로디 기타가 겉돌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이려면 넓고 부드러운 플레이트가 필요했습니다. 프리딜레이를 넉넉히 줘서 잔향이 어택을 잡아먹지 않게 하는 게 포인트예요.
- Pre-delay: 40~60ms (멜로디의 발음이 뭉개지지 않게)
- Decay: 2초 안팎
- Mix: 18~20%, 클라이맥스 씬에서 25%까지
좀 더 담백하게 가고 싶으면 Hall로 바꿔도 잘 어울립니다.

씬 구성 - 곡의 빌드업 그대로
블록 온오프와 몇 개 파라미터만 씬별로 다르게 저장하면 발 한 번으로 곡의 단계가 넘어갑니다.
씬구간켜지는 블록소리의 그림
| A | 인트로 · 벌스 | Jewel, Chief CE2W, Tape Delay(낮게), Plate Lush | 보컬 사이 여백을 채우는 맑은 클린 라인 |
| B | 후렴 · 빌드업 | A에서 Vemural Ray ON, CE2W OFF | 굵어진 크런치 멜로디, 밴드와 같이 차오름 |
| C | 솔로 · 클라이맥스 | B에서 Myth Drive ON, 딜레이·리버브 Mix 업 | 밴드 위로 올라와 노래하는 리드 |
마지막 5분 - 음원이랑 귀로 맞추기
위에 적은 수치는 어디까지나 출발점입니다. 기타와 픽업, 모니터 환경에 따라 같은 값이어도 소리가 다르게 나와서, 마지막에는 꼭 음원을 틀어놓고 귀로 맞춰야 해요. 다행히 만질 곳은 딱 두 군데입니다.
첫째, 후렴의 갈라짐 정도. 음원의 후렴 시작 부분을 반복 재생해 두고, 씬 B에서 Vemural Ray의 Gain 노브 하나만 움직입니다. 음원보다 지저분하게 들리면 내리고, 심심하면 올리고. 이때 다른 노브는 건드리지 않는 게 요령이에요. 변수를 하나로 잡아야 귀가 안 헷갈립니다.
둘째, 솔로의 공간감. 솔로 구간을 틀어놓고 씬 C에서 Tape Delay와 Plate Lush의 Mix만 조정합니다. 반복음이 멜로디 라인을 가린다 싶으면 딜레이부터 내리세요. 잔향은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게 훨씬 티가 납니다.
이 두 군데만 음원과 맞으면 나머지 블록은 그대로 둬도 거의 그 소리가 납니다. 저도 세팅값 정하는 데 쓴 시간보다 이 마지막 5분이 톤을 더 많이 바꿨어요.
합주에서 다듬으며 알게 된 것들
세팅값은 방에서 정해지지 않더라고요. 합주 맞춰보면서 조정한 포인트 몇 가지 남겨둡니다.
픽업에 따라 게인 기준점이 다릅니다. 위 수치는 출력 평범한 픽업 기준이라, 험버커처럼 출력이 센 기타면 Vemural Ray 게인을 한두 시 정도 내리고 시작하는 게 맞습니다. 반대로 빈티지 싱글이면 살짝 올려도 되고요.
멜로디는 후렴에서 반 발짝 앞에 있어야 합니다. 보컬이 없는 커버 편성이라면 멜로디 기타가 사실상 보컬이에요. 씬 B와 C에서 퍼스트보다 살짝 크게 들리도록 앰프 Master를 씬별로 다르게 저장해 두면 발로 밟는 순간 밸런스까지 같이 넘어갑니다.
탭템포는 합주 시작 전에. Tape Delay를 BPM 싱크로 걸어놨기 때문에 템포를 안 찍으면 반복음이 곡을 흐립니다. 드러머한테 카운트 한 번 받아서 찍어두는 습관이 편해요.
헤드룸이 부족하다 싶으면 앰프째 교체. 큰 합주실이나 공연장에서 딜럭스 계열이 밀린다 싶으면 US TWN Vibrato에 212 US TWN CK2 조합으로 바꿔보세요. 같은 블랙페이스 성향인데 헤드룸이 훨씬 넉넉해서 톤 방향은 유지한 채 힘만 커집니다.
마치며
정리하면, 이번 톤의 뼈대는 US DLX 64 Vintage의 반응 좋은 블랙페이스 클린 위에 Vemural Ray와 Myth Drive를 단계별로 쌓고, Tape Delay와 Plate Lush로 곡의 레트로한 공간을 만드는 구성입니다. 퍼스트 기타가 브리티시 계열일 때 세컨기타 멜로디 톤을 어떻게 분리할지 고민 중이라면, 이 조합이 좋은 출발점이 될 거예요.
같은 방식으로 다른 곡들의 톤도 하나씩 만들어서 올려볼 생각입니다. 세팅해 보다가 막히는 부분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글이 도움이 됐다면 공감 한 번 눌러주시면 다음 글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